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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여행] 구례군 연곡사(燕谷寺)

'가을여행'을 이야기하자면 으뜸이 '단풍구경'일 것이다. 아직까지 제대로 된 '단풍구경'을 하지 못했던지라 이번 가을에는 꼭 해보고 싶어 이리 저리 정보를 모았지만 올해 가을 가뭄이 심해 남부지방에서는 제대로 된 단풍을 구경하기 힘들 것이라고 예상된다는 사실을 접하고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도 단풍으로 유명한 곳을 한번 가보자는 생각에 주말을 맞이해 무작정 차를 몰고 '단풍여행'을 시작했다. 미리 말하지만 '도둑질과 연애질은 해 본 놈이 잘한다'고 한 것처럼 '단풍구경'도 해 본 놈이 잘 한다고 언제 단풍이 최고로 지는 지를 미리 알고 가지 않으면 큰 기대가 무너질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한다.

소개하고자 하는 곳은 전라남도 구례군 토지면 내동리에 위치한 연곡사(燕谷寺)이다.






'네이버' 백과사전(두산백과사전)에 따르면
대한불교조계종 제 19교구 본사인 '화엄사'의 말사로 서기 544년(신라 진흥왕 5년), 화엄사의 종주 연기조사가 창건했다고 합니다.

연곡사는 역사적으로 우여곡절이 많은 절입니다.
임진왜란 당시 병화로 인해 불 탄 것을 재건하였으나 한국전쟁 때 다시 소실되었습니다. 그 후 중건하였으나 한국전쟁 이후 '지리산'에 남아 있던 '빨치산'과 이와 관련한 토벌 등으로 한동안 피비린내가 사라지지 않았던 아픈 기억을 가지게 되었지요.

그런 우여 곡절 속에서도 국보 2점과 보물 2점이 원형을 유지한 체로 보존되어 있고 '지리산 피아골'을 접하고 있어 적지 않은 관광객이 찾고 있는 명소이기도 합니다.

'연곡사' 입구에 들어서면 우선 '문화재 관람료' 2000원이 필요합니다. 관람료를 영수하고 조금 올라가면 주차장이 보이며 조금 더 올라가면 '연곡사'의 현관인 '일주문'을 만날 수 있습니다.



 



여러 번의 화마 때문에 재건을 해서인지 오래된 사찰과는 다른 느낌이 드는 '일주문'을 뒤로 하면 계단과 함께 나지막한 나무들이 보이는데 이때까지도 '연곡사'의 다른 건물들은 보이지 않았고 우측에 있는 사찰 기념품 판매점만 보인다. 뒤에 나지막하게 앉아 있는 산들은 올해 가뭄만 없었더라면 아름다운 단풍을 즐기게 하기에는 부족하지 않아 보였다.






계단을 올라가면 우측에는 사찰에서 자급할 목적으로 텃밭과 함께 연못이 있었지만 오랜 가뭄 때문에 말라있어 마음이 편하지는 않았다. 사찰의 기초를 보면 과거 작은 절은 아니었다고 짐작할 수 있으나 현재 재건되어 있는 건물은 몇 채 되지 않았다. 그리고 건물들이 한국전쟁 이후 다시 재건된 것으로 사찰건물은 매력적이지 못했다.






화마에 건물이 소실되어서인지 전형적인 사찰 건물의 구성을 볼 수 없었다. 보통은 '일주문' 다음 '사천왕문'이 있어야 하는데 원래부터 없었는지 아니면 소실되었는지 알 수 없었다. 사찰 마당에 들어서면 '대적광전(大寂光殿)'이 중앙에 위치하고 있다. 참고로 '대적광전'은 '비로자나불'을 모시는 법당이다.







'대적광전'의 우측편에 나 있는 뒷산으로 올라가는 길로 조금 올라가면 '연곡사'의 사찰과는 비교되지 않는 아름다운 '부도'가 있는데 '연곡사 동부도(燕谷寺 東浮屠)'로 국보 제 53 호로 만들어진 시기는 통일신라시대 후기로 알려져 있다. 경주에서 만날 수 있는 통일신라 시대의 유적처럼 화려한 조각이 아름답고 우아하다.




'연곡사 동부도' 좌측에는 고려시대 제작된 보물 제 153 호인 '연곡사 동부도비'가 비신은 없이 귀부와 이수만이 남아 있다. '연곡사'에서는 이와 같이 통일신라시대와 고려시대의 유적을 한번에 접할 수 있다.






'연곡사 동부도'와 '연곡사 동부도비'를 뒤로 하고 다시 산을 더 올라가면 '연곡사 북부도'를 만날 수 있다. '연곡사 북부도'는 '연곡사 동부도비'와 같이 고려시대 초기 작품으로 알려져 있으며 국보 제 54 호로 지정되었다. 전체적인 형태는 '연곡사 동부도'와 다른 것이 없으나 팔각의 하대석 위에 16잎의 연화무늬를 새겨 간석을 받치고 있다. (참고로 '연곡사 동부도'는 하대석 하단에는 구름무늬와 상단에 사자를 조각했는데 이 상단이 팔각형으로 각이 지어져 있다.)




'연곡사'의 국보 2점과 보물 1점을 보고 난 뒤 전 날 먹었던 술이 과했던지 나머지 보물 3점('연곡사 현각사사탑비', '연곡사 서부도', '연곡사 삼층석탑')은 구경하지 못하고 '해우소'를 찾게 되었다. 작업을 인부에게 물어 화장실에 도착했을 때 화장실의 외형이 사뭇 달랐다. 사실 '연곡사' 건물 중 제일 오래되어 보이는 건물이 화장실이었다.






겉모양에서 느껴지겠지만 들어가보면 '수세식'이 아니다. 게다가 칸으로 분리되어 있지만 문이 없어서 볼 일을 보는 사람이 노출이 되는 구조이다. 이런 형식의 화장실은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으나 실제로 사용해보기는 처음이고 나의 분신을 남기고 온 터라 기념으로 화장실 내부를 촬영해 보았다.






3점의 보물은 뒤로 남기고 '연곡사'를 떠나오는 길에 내년에는 제발 가을에 가뭄이 오지 않기를 기도했다. 내년에는 꼭 '연곡사'에서 시작해 '피아골'을 단풍을 즐기면서 산책이나 하며 가을을 느낄 수 있게 해달라고 그리고 그때 쯤엔 혼자가 아닌 누군가가 옆에서 같이 아름다움을 같이 즐기기를 바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