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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잡담] 기상시간은 정해져 있다

설날연휴, 친구들은 거의 결혼해서 전날에 불러낼 엄두도 두지 못하고
KBS와 함께 보내던 중
'1박 2일'에서 들려오는 '장기하'의 목소리

내가 알고 있는 '장기하'의 노래가 아닌지라 그 사이 노래를 내었는지 인터넷 검색에 들어갔다.
검색어는 '장기하', '1박 2일'
세상 참 좋아져서 키보드 몇 번 뚝딱 거리면 원하는 정보가 나온다.

출처 - 붕가붕가레코드 홈페이지 http://www.bgbg.co.kr


아티스트 - 청년실업
앨범명 - 기상시간은 정해져 있다
앨범장르 - 락
발매일 - 2005년 5월/2008년 12월 재발매
스타일 - 인디 락(Indie Rock)

'붕가붕가레코드' 홈페이지에 따르면 '청년실업'은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출처 - 붕가붕가레코드 홈페이지 http://www.bgbg.co.kr


그들을 이루는 것은 팔할이 즉흥이다. 솔로곡을 만든 이기타장기하가 "아무래도 혼자 공연을 하는 건 좀 약하지 않겠느냐"라고 생각해서 목말라를 끌어들여 만든, 공연을 위한 일시적인 프로젝트에 불과했다. '청년실업'이라는 이름도 "아무래도 팀 이름은 있어야지 않겠냐"는 생각을 하고 있던 차에 신문 가판대에 청년실업 어쩌구하는 기사가 있는 걸 보고 아무 생각 없이 붙인 것에 지나지 않았다. 그리고 나머지 이할은 이들이 품고 있는 독자적인 정서이다. 얼핏 듣기에는 그저 개그일 뿐이지만, 듣고 돌아서서 몇 걸음 걷다 보면 뒷통수를 때리는 시니컬함이 배어있다. 장난 같지만 진지하고 쉽다 싶지만 어렵다. 겉으론 단순해 보이나 사실 속으로는 곪아 터지고 있는 요 근래 청춘들이 이들의 노래 중에 반응한 것도 결국 이러함 때문일 것이다. 이런 식으로, 청년실업의 노래는 우리 세대의 구전가요가 되었다.

헌데 누가 '장기하'인지 헛갈린다. 좌측에 있는 사람인 것 같은데 가운데 있는 사람은 누군지 헐...(아마 군대 가기 전 사진이 아닐까)

'붕가붕가레코드'의 '곰사장'의 글은 다음과 같이 앨범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딴따라질을 지향하는 붕가붕가레코드 공장세대형음반 No. 2 (기억나시는가 '장기하와 얼굴들' 1집은 수공업소형음반이었다.)
2005년 첫 발매에 이후 3년 만의 재발매!

"우리는 이들의 노래를 우리 세대의 구전가요라 일컫겠다" - 쌍문동 K군

본 음반의 요소를 간단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① 통기타 포크
② 스트레이트한 로큰롤
③ 백수 정서
④ 통기타 하드코어
⑤ 말장난 개그
⑥ 나른한 러브송
⑦ 일렉트로비트
⑧ 블루스적 즉흥성

무엇보다 이들을 이루는 것은 8할이 즉흥이다. 2003년 겨울, 유머를 사랑하는 청년들이었던 이기타장기하가 "내가 쓴 노래를 가지고 공연을 하고 싶다"고 생각하여 목말라를 끌어들여 일시적인 프로젝트를 구성했던 것도 그렇고, 우연히 지나가다 본 신문 기사의 제목이 그럴 듯 해 청년실업이라는 이름을 지은 순간에도 그랬다. 이들의 조합이 공연에서 발휘하는 화학 작용이 생각보다 괜찮다 싶었고 마침 갖고 있는 곡들도 여러 있었는데, 마침 2005년 봄에 주위 사람들이 음반사랍시고 붕가붕가레코드를 만든 참에 "음반이나 내보자"고 결정한 것도 마찬가지로 즉흥적인 결정이었다.

그렇게 한달, PC 기반 초소형음향실 '몽키바란스'에서 꽤나 착실하게 초쾌속으로 작업하였고, 2005년 5월 보무도 당당하게 음반을 냈다. 그렇다고 막나가고자 하는 심뽀는 아니었다. 스타일 같은 것 이전에 노래하고픈 것이 있었고 때마침 통기타와 저예산 레코딩 기술과 값싼 리버브가 있었던 것이다. 급하게 혹은 일부러 막 작업한 면이 있어 노래나 연주 같은 것이 썩 잘 된 편은 아니나 그래도 세 명을 합쳐 도합 20여 년에 달하는 연주 경력은 괜한 것이 아니라 완전 안 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분명 장점이 있다. 이만큼 단순하고 진솔한 노래를 듣는 것도 요새 풍조를 생각해보면 정말 오랜만 일 테다.

그래서 당시에는 국지적으로나마 열렬한 반응이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공연도 여러 번 하고, 라디에도 나왔고, 기타 조율을 잊기도 했지만 관객들은 좋아했다. 초판 500장도 얼마 지나지 않아 동이 났다. 계속 했으면 좋았을 테지만, 장기하가 군대를 갔다. 그러고선 객원 멤버로 밴드 '눈뜨고 코베인'의 깜악귀를 끌어들여 2006년 봄 수공업 소형음반 「착각」을 내놨지만 뭔가 유야무야 되는 분위기였다. 아무래도 잊혀지나 보다 싶었다.

이렇게 잊혀질 음반이 3년 반이나 지나서 이렇게 재발매를 이르게 된 것은 무엇보다도 상업적인 의도. 멤버 중 1인인 장기하가 결성한 밴드 '장기하와 얼굴들'이 여기저기서 꽤나 성공하는 것 같다 싶자, 냉큼 그에 편승해서 돈을 벌어보자는 심뽀인 것이다. "이미 멤버 중 2인이 취업을 했는데 무슨 청년실업이냐?"는 비판도, 어떻게든 다음 음반 낼 돈을 벌어야 하는 초저예산 음반사에게는 별다른 의미를 갖지 못하는 것이다. 사실 애초부터 실업자들은 아니었잖아?

이런 식의 냄새 나는 의도에도 불구하고 어찌됐든 굳이 뭔가 의미를 찾자면, 이들의 노래가 독자적인 정서를 품고 있고, 그게 지금의 청자들에게 분명 어떠한 호소력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일상에 대한 유머러스한 스케치로부터 무의미와 4차원을 넘나드는 이들의 노래는, 얼핏 들으면 장난 같지만 썩소 날리고 돌아서보면 가슴에 뭔가를 짠하게 남긴다. 장난 같지만 진지하고 쉽다 싶지만 어렵다. 겉으로는 단순하나 속으로는 복잡해서는 아주 곪아터질 것 같은 요 근래 청춘들이 이들의 노래 중에 듣는 순간부터 따라 부르고 싶은 것 한 두 개를 쉽게 찾아내는 것도 결국 이런 것 때문일 것이다. 이런 식으로, 청년실업의 노래는 우리 세대의 구전가요다.

아직 판을 구하지 못해 음원으로 들어보진 못했고 동영상으로 공연실황을 감상했다.
본 음반의 타이틀 곡인 '기상시간은 정해져 있다'은 작사/작곡/편곡 '장기하'로 곡의 느낌은 '달이 차오른다 가자'와 '느리게 걷자'와 유사한 느낌을 준다.
노래를 만든 '장기하' 본인의 평에 따르면
'2분에 못 미치는 짧은 시간 안에 있을 건 다 있는 노래'라고 한다.
수록곡 소개를 보면 '산울림의 영향을 짙게 받은 스트레이트 로큰롤, 강력한 도입부터 후렴까지 채우는 '기상시간은 정해져 있다'는 것은 "근래에 나온 것 중 가장 중독성 있는 멜로디가 아니겠느냐"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상시간은 정해져 있다'의 가사는 다음과 같다.

밤은 깊어가는데 기상시간은 정해져 있다
잠은 오질 않는데 기상시간은 정해져 있다
새벽이 밝아오는데 기상시간은 정해져 있다

내일로 가는 마지막 기차를 놓칠 것만 같아요
조급한 마음에 심장은 두근거리네

밤은 깊어가는데 기상시간은 정해져 있다
잠은 오질 않는데 기상시간은 정해져 있다
새벽이 밝아오는데 기상시간은 정해져 있다

내일로 가는 마지막 기차를 놓칠 것만 같아요
(아무리 슬퍼도 아무리 아파도)
조급한 마음에 심장은 두근거리네
(일곱시가 되면 난 일어나야 돼 / 늦어도 일곱시 반까지)

밤은 깊어가는데 기상시간은 정해져 있다
잠은 오질 않는데 기상시간은 정해져 있다
새벽이 밝아오는데 기상시간은 정해져 있다
밤은 깊어가는데 기상시간은 정해져 있다

여유가 되시는 분들은 한 번 들어보세요
은근히 중독적인 '장기하'의 매력을 느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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