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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여행] 하동군 쌍계사(雙磎寺)

최근들어 결혼식이 너무 많아 주말동안 돌아다니지 못해서 계획하였던 단풍구경은 또 내년으로 미루었다.
그러던 중 남해읍 장날에 맞춰 남해에 오신 어머니와 함께 바람을 쐬러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쌍계사'를 찾아갔다.



'쌍계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 13교구 본사로 신라시대 중건되었다. 오랜 역사에 비해서는 국가지정 문화재가 국보 1점, 보물 3점으로 문화재가 많지도 적지도 않다.



'쌍계사'로 찾아가는 길은 '십리벚꽃길'로 '한국의 아름다운 길'로 잘 알려져 있다. '화개장터'에서 들어오는 길이 두갈래로 갈라지며 옛날 길과 우회하는 새 길을 선택해서 갈 수 있다. '쌍계사' 입구에 도착하면 유료주차장이 보이지만 유료라는 점을 잊지말고 좁지만 차량한대가 겨우 지나갈 수 있는 다리를 건너 무료주차장을 찾아가는 것이 좋을 듯...

길을 따라 올라가면 산책로 양 옆으로 지리산의 산나물과 약초 등을 파는 할머니와 몇몇 가계를 볼 수 있다. 조금 더 들어가면 문화재 구역 입장료를 받는 곳이 나온다. 2009년 9월 26일 기준 성인 1,800원이었다. 항상 궁금하지만 문화재구역 입장료 금액을 책정하는 기준이 무엇인지...징수하는 것에는 찬성하지만 사찰이나 문화재마다 들쑥날쑥한 금액의 책정기준은 알려줘야 돈 낸 만큼 열심히 관람을 하고 그 값어치를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입장료 받는 곳을 조금 지나면 계곡을 하나 만난다. 가을에 약간 가물어서인지 계곡에는 물이 그다지 많지 않았다. '쌍계사'까지 올라가는 길은 콘크리트로 잘 다져져 있다. '월정사'와 '법주사'를 다녀온 후로는 부드럽게 밟을 수 흙으로 잘 다져진 길이 좋다. 상황과 필요에 따라 설치되었겠지만 좀 더 사찰같은 사찰이 되었으면 좋겠다.


산책로의 양 옆은 나무로 우거져 있었고 우측으로 계곡이 흐르고 있었다. 가을이라 산책로에는 도토리가 많이 떨어져 있었고 어머니는 줍느라  힘드신 줄 몰랐다. 길을 올라가다 보면 '청운산장'이라는 칸판의 식당이 나온다. 사찰영역 내부에 가끔씩 사찰음식을 파는 식당을 본 적은 있으나 백숙이나 은어회와 같은 음식을 파는 식당이 문화재 관람료를 내고 들어간 사찰영역 내에 있다는게 약간 불쾌했다. 게다가 마른 목을 축이기 위해 사먹었던 칡즙은 많이 희석된 것처럼 느껴졌고 컵세척 또한 제대로 되지 않는 것 같았다.



조금 올라가면 '국립공원구역'이라는 글이 적히 석조물을 발견하게 된다. '청운산장'에 왜 위치할 수 있는가를 알려주었다. 결국 이전의 국립공원구역보다 영역을 넓혀서 문화재 관람료를 받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 사진 멀리 보이는 매표소 같은 건물이 나의 생각을 확신하게 한다. 씁씁하다.



씁씁한 마음을 뒤로 하고 '쌍계사'를 향해 걸어가면 먼발치에서 '일주문'이 보인다. '쌍계사'는 다녀본 사찰 중에서 비교적 '일주문'과 '금강문', '천왕문', '대웅전'이 일직선하에 위치하고 있다. 그래서 '일주문'이 먼발치에서 보이면서 그 뒤에 '금강문'과 '천왕문'을 볼 수 있다. '일주문'까지 가는 길의 좌측에는 계곡이 흐르고 있으며 여름을 잘 보내어서 인지 크기가 큰 물고기들이 많이 보였다. 그 너머로 다양한 크기의 돌로 이루어진 돌담을 즐길 수 있다.


'일주문'을 통과하려면 '삼신산 외청교(外淸橋)'를 지나야 한다. '외청교'를 지나면 '일주문'과 함께 일자로 배열되어 있는 가람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쌍계사' 가람들은 대부분 중수한 지 약 30년이 조금 넘은 상태로 천년고찰에서 느낄 수 있는 그런 느낌을 받지는 못한다.



옛스럽지 못하다고 가람자체가 아름답지 않은 것은 아니다. 오래되지 않은 건물들을 볼 때 마다 전쟁이라는 화마가 쓸고 지나간 흔적을 확인하느라 마음이 쓰리다.



'천왕문'까지 가는 길에는 '내청교'가 있어 좌측에서 흘러 내려오는 물길을 건너갈 수 있다. 최대한으로 물길을 인위적으로 바꾸지 않았다는 것을 보면서 자연과 하나가 되는 가람배치를 이해할 수 있었다.

'천왕문'을 지나면 석탑을 만나게 된다. 처음에 선뜻 보기에는 오래된 석탑같아 보였으나 자세히 관찰하고 설명을 읽어보면 탑을 세운지 20년 정도 지났을 뿐이다.


과연 시주로 이런 구층 석탑을 공양하는 이들은 어떤 사람들일지 궁금하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다.
'구층석탑'을 뒤로 하고 '팔영루'를 지나면 그 뒤편으로 유일한 국보인 '진감국사 대공탑비(국보47호)'와 대웅전'을 만나게 된다.


처음에 모르고 '쌍계사'를 방문했다간 금이 이리 저리 나 있는 비석이 국보라고 생각하기 힘들 것이다. 하지만 이 비석이 '쌍계사'가 보유하고 있는 유일한 국보급 문화재로 국보 47호에 해당한다. 만들어진지가 1200년이 다되어 가는 비석으로 '최치원'이 직접 글을 썼다고 한다. 알아야 보인다고 참... 그리고 그렇게 중요한 문화재가 볼 품 없이 방치되어 있음에 실소할 뿐... 설명이라도 제대로 해 놓았으면 싶은 생각이 들었다. 국보라고 누가 생각하겠는가... 참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는 국보였다. 단지 '진감국사 대공탑비-국보47호'라는 말 한마디 적힌 작은 비석 하나와 비석을 감싸고 있는 스테인리스철판(?)... 


'대웅전'은 다른 가람과 달리 조선시대 중수되었던 그 모습을 지키고 있다. 그래서 보물로 지정되어 있다.



'대웅전'을 둘러보고 전각을 다 둘러봤다는 생각에 내려갔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금당'과 '팔상전'이 가람의 좌측 언덕에 위치해 있었다. 아마 다음에 다시 방문할 일이 있으면 보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나머지 보물 2개도 보지 못했다. 역시 구경도 알아야 제대로 한다는 것을 다시금 배우게 되었다.



'대웅전'에서 내려올 때에는 올라온 길이 아니라 물길 옆으로 나있는 포장길로 내려왔다. 내려오는 길에 물 속을 내려다보니 사찰이라서 잡지 않아서인지 정말이지 큰 물고기들이 "나 잡아봐라"하며 여유있게 물 속을 헤치며 놀고 있었다.

'쌍계사'는 두차례의 화마에 의해 옛 명성을 자랑할 만 전각들을 대부분 잃고 지금은 중수된 지 얼마되지 않아 오래된 사찰과 비교하면 많은 점이 부족하다고 볼 수 있다. 화려한 볼거리는 없지만 한 잔의 차와 함께 여유를 즐기기에는 방문하는 이의 기대를 채우기에는 충분할 것이다. 그리고 산채비빔밥과 은어와 같은 음식도 즐길 수 있어 두마리의 토끼를 쫓을 수도 있을 것 같다. 게다가 벚꽃이 피는 3월이면 '쌍계사 십리벚꽃길'만으로도 기대를 채우기에는 충분하고도 남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