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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

[식당] 사천재건냉면집

처음 남해에 도착했을 때, 맛거리를 찾아서 이리저리 돌아다니려고 했지만 거대한 장벽에 부딪히고 말았다.
생각보다 병원 밥이 맛있다는 것과 점심시간 동안 움직이기에는 시간이 많이 든다는 점 때문에 한동안 돌아다니지 못했다.

그러던 차에 형님과 함께 남해에서 마산으로 넘어가는 길에 '사천시'에 위치한 '사천재건냉면'에 들르기로 했다. 이 식당은 남도의 대표 냉면이었던 '진주냉면'식 냉면집으로 '남해병원' 원장님이 소개해 주셨고 형님도 이전에 들어본 적이 있는 식당이었다.

식당을 가기 전 원장님께 들었던 이야기를 간추리면 '진주식 냉면'은 평양식이나 함흥식과 달리 '꿩고기 육수'를 사용하지 않고 '바다생선'으로 만든 육수를 사용하며, 고명으로 고기 수육을 그냥 올리는 것이 아니라 육고기를 튀김옷을 입혀 구운 쇠고기 육전을 잘라서 고명으로 올리는 것이 다르다고 하셨다.

'고우영의 맛있는 골프'에 적혀있는 내용에 따르면 '진주식 메밀 냉면은 멸치, 개발(바지락), 건홍합, 마른 명태, 표고버섯 등으로 맛을 낸 해물 육수를 사용하는 것이 특징, 배추김치, 배, 오이, 육수용 육고시, 쇠고기 육전, 계란 노른자 지단 등 5색 고명을 얹는데 둘이 먹어도 남을 만큼 양이 푸짐하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나중에야 안 사실이지만 진주시내에도 '진주식 냉면'으로 유명한 집이 몇군데 있다고 한다.

위치는 '사천 IC'를 빠져 나와 사천공항을 지나 명신대 입구 다음 갈래길에서 좌측길로 들어가면 찾을 수 있고 맴피(mappy)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수입이 괜찮은 지 3층 건물에 주차장까지 완비되어 있고 이미 많은 차가 주차되어 있는 상태였다.

자리를 잡고 앉으면 식탁위에 놓여진 '주문서'를 만나게 된다. 다른 때와 달리 사전조사가 없이 집에 가던 중 방문한 것이라 '물냉면'과 '비빔냉면' 중 무엇을 골라야 할 지 몰라 다른 육수를 맛보기 위해 '물국수'를 주문했고 집에 도착해서 조사를 해보고는 좀 더 나은 선택이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형님과 함께 '육전' 하나와 '물냉면' 두 개를 주문해서 금방 나올 것으로 생각했는데 '육전' 때문인지 생각보다 늦게 음식이 나왔다. 기다리는 동안 옆에 앉아 있던 손님들이 '비빔냉면'을 주문해서 먹고 있었는데 우리와 마찬가지로 소문을 드고 오신 분 같았다. 대화의 내용은 소문보다 음식맛이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내용과 근처에 다른 집이 더 맛있다는 이야기... 나중에 확인한 바로는 근처에 있는 '원산면옥'이 더 맛있다고 소문이 나있는 상태... 허걱...

'육전'이 주문 후 10분이 지나서 나왔는데 그 양에 놀랬다. 사실 나중에 나온 냉면 위의 고명으로 다시 '육전'을 만났을 때에는 부담스러울 정도로 '육전'의 양이 많았다. 고명으로 사용하려고 만든 '육전'이어서일까 육고기에 계란을 얇게 입혀 부친 돈까스라고 생각이 들었다. 후추맛 이외에는 다른 맛이 느껴지지 않아 접시위의 '육전'만 장에 찍어서 먹으려고 하니 부담스러웠다. 사실 두 명이 먹을 양이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주문을 받는 사람이 지혜로운 사람이었다면 냉면의 양에다 육전을 주문하면 두 명이 먹기에는 양이 많다고 귀뜸을 해 줄 수 있었을 것이다.(그래서 사전 조사가 중요하다.)

가격 또한 싼 것이 아니라 억지로 먹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다시 떠올려 보면 참으로 안타깝다. 하지만 그것이 모든 것이 아니었다. 꾸역꾸역 먹고 있으니 냉면이 나왔는데 그 양이 입맛을 뚝 떨어뜨려 버렸다.


사실 '육전'을 주문하지 않았더라면 '물냉면'이 더 맛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해 보곤 한다. 하지만 기대했던 '육수'는 그렇게 만족스럽지 않았다. 얼음이 담겨져 있지만 그렇게 시원한 맛을 주지 못하고 약간 덥덥하다는 느낌이 '육전'과 함께 시원한 맛을 죽였다고 할까... 냉면은 시원하다는 느낌이 중요한데 찹다는 느낌이 다였으니 말이다. 사실 멸치 다시의 온국수 국물과 별반 차이를 못느꼈다. 간 또한 싱거워 다데기를 계속 넣어도 입맛에 맞는 간이 되지 않았으니 '맛집'이라는 이름이 어떻게 나왔는지 궁금했다.

냉면은 불어터진 라면처럼 굵었다. 정말 불어서 굵은 것인지 아님 원래 굵은 면을 사용한 것인지...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진주식 냉면'은 다른 지역의 냉면보다 '메밀'의 함유도가 높아서 잘 부서져 얇게 면을 만들기가 힘들어 조금 굵다고 한다. 역시 음식도 알고 먹어야 한다.

'사천재건냉면'이 주는 교훈은 알려진 맛집을 방문하기 전에는 충분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사실과 알려진 맛집이 맛집이 아닐 수 있다는 사실이다.
사실 '사천재건냉면' 식당의 잘나가는 메뉴는 '비빔냉면'이다. 식당에 들어갈 때와 나올 때, 다들 '비빔냉면'을 먹고 있는 광경을 봤던 것을 기억한다. '육수'가 다르다는 이야기에 맹목적으로 '물냉면'을 시키고 생각없이 '육전'을 주문해 먹었던 나의 과오는 다시 지르지 않아야 겠다.

그리고 이 집을 맛집에 올린 이유는 다시 한번 방문해서 '비빔냉면'을 먹어 봐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야 제대로 된 평가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다음에 가면 '육전'은 절대로 주문하지 말아야지

※이 글은 지극히 개인적인 견해가 담긴 글입니다. 상업적인 의도는 없으며 음식의 맛은 직접 확인하고 판단하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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