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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잡담] 장기하와 얼굴들

우연히 네이버 검색 순위에 올라온 이름 '장기하'가 눈에 띄길래 도대체 무엇인가 궁금해 따라가봤더니
놀라운 발견을 하게 되었다.

정말 중독성이 강한 음악을 오랜만에 만났다는 사실과 함께 이런 것이 인디 밴드의 힘이구나라는 각성이 충격적이었다.

인디 밴드계에서 공연 섭외 1순위로 떠오르는 신성으로 인정받고 있으며
온라인상에서는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의 배경음악과 '달이 차오른다, 가자'을 합친 패러디 합성음악인 '달찬놈'의 주제가를 부른 '장교주'라는 별칭과 함께 EBS 'space 공감(共感)' 2008년 9월 29일 방송에서 부른 '달이 차오른다, 가자'는 인터넷에서 '플짤'로 인터넷 폐인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해졌다.


달찬놈



2008년 10월 3일 열렸던 제 10 탄 '쌈지사운드페스티벌' 공식 홈페이지에서 숨은고수로 다음과 같이 소개되고 있다.(원문 인용)

'장기하와 얼굴들'
멤버: 장기하(보컬, 기타, 드럼), 네오(베이스), 민기(기타), 현호(드럼), 미미시스터즈(코러스, 안무)

'눈뜨고 코베인의 드러머였던 장기하를 중심으로 홍대 인디씬에서 가장 얼굴이 빼어난 백업 멤버들로 구성된 7, 80년대 한국록의 수혜를 받은 포크 랩 댄스 그룹. 빼어난 얼굴에도 불구하고 아이돌의 길을 버리고 음악인으로서의 고집을 지켜나가고 있다는 장기하의 얼굴들은 구수한 보컬과 미미시스터지와 함께 하는 우스운 댄스 퍼포먼스로 아무렇지 않게 싸구려 커피같은 청춘의 페이소스를 노래하고 있다. 올해 5월, '붕가붕가 레코드'에서 브랜드 커피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는 싱글 앨범 '싸구려 커피'를 발표했으며, 현재 홍대 인근 클럽에서 꾸준히 라이브를 펼치며 클럽에서 섭외하고 싶은 밴드 1순위를 달리고 있다.'

이런 밴드가 검색어 순위에서 수위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단지 '퍼포먼스'가 주는 재미뿐일까 하는 호기심에 어찌어찌해서 싱글앨범을 구해서 들어보게 되었는데...

그 유명한 '달이 차오른다, 가자'는 수록되어 있지 않았다. 싱글앨범은 '싸구려 커피', '느리게 걷자', '정말 없었는지' 3곡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이 밴드가 인터넷으로 유명해지기 전 이미 홍대 클럽 섭외 1순위였다는 사실이 그 실력을 말해주리라 믿고 세 곡이니 우선 다 들어보고 판단하자 생각했다. 

처음 느낌은 '조금 괜찮군'이었다. 하지만 다시 들으면 들을수록 그 오묘한 중독성이 자극적이었다. 사실 시각적인 퍼포먼스가 주는 재미도 있겠지만 눈이 아닌 귀로만 들어도 그 친숙하고 일상적인 가사와 단조롭지만 중독적인 음률이 무한반복으로 들어도 질리지 않는 그런 음악으로 육감을 자극했다.

EBS 'Space 공감'의 평은 그런 자극적인 중독성을 잘표현해서 평한 것 같다.
'한국의 전통적인 70~80년대 가용의 재해석, 그런 재해석 붐과 거기에 21C 트랜드라 할 수 있는 패러디적인 형식을 가미해서 그 패러디를 통한 현장에서의 재미까지 주는 것에 점수를 높이주고 싶다.

자신 고유의 음악성을 가지고 살아남는 밴드가 많지 않지만 꾸준히 이런 색을 지키고 발전시켜 오랫동안 좋은 음악을 선물해 줄 수 있는 그런 밴드가 되어줬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 '달이 차오른다, 가자'보다는 '싸구려 커피'가 더 맘에 드는 곡이라 가사를 올려본다.

단조롭고 반복적이지만 지루하지 않는 음률에 곡 중반부에 나레이션(랩인가?), 그리고 전주부와 간주부에 나오는 '신음소리'까지 다 맘에 든다.




싸구려 커피를 마신다~
미지근해 적잖히 속이 쓰려온다
눅눅한 비닐장판에~ 발바닥이
쩍 달라 붙었다 떨어진다
이제는 아무렇지 않어
바퀴벌레 한마리쯤 슥~ 지나가도
무거운 내일 아침엔~
다만 그저 약간의 기침이 멈출 생각을 않는다
축축한 이불을 갠다
삐걱대는 문을 열고 밖에 나가본다.
아직 덜갠 하늘이 너무 가까워 숨 쉬기가
쉽지를 않다  수만번 본 것만 같다
어지러워 쓰러질정도로~ 익숙 하기만 하다
남은 것도 없이 텅빈 나를 잠근다~
싸구려 커피를 마신다~
미지근해 적잖히 속이 쓰려온다
눅눅한 비닐장판에~ 발바닥이
쩍 하고 달라 붙었다가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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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한 몇년간 세숫대야 에
고여 있는 물 마냥 그냥 완전히 썩어가지고
이거는 뭐 감각이 없어
비가내리면 처마 밑에서 쭈그리고 앉아서
멍하니 그냥 가만히 보다보며는
이거는 뭔가 아니다 싶어
비가 그쳐도 희끄무레죽죽 한
저게 하늘이라고 머리 위를 뒤덮고 있는건지
저건 뭔가 하늘이라고 하기에는 뭔가 너무 낮게
머리카락에 거의 닿게 조금만 뛰어도 정수리를
꿍~ 하고 찧을꺼 같은데
벽장 속 제습제는 벌써 꽉차 있으나 마나
모기 때려잡다 번진 피가 묻은 거울을 볼 때마다
어우 약간 놀라
제 멋대로 구부러진 칫솔 갖다 이빨을 닦다 보며는
잇몸에 피가 나게 닦아도 당췌 치석은 빠져
나올 줄을 몰라
언제 땄는지도 모르는 미지근한 콜라가 담긴
캔을 입에 가져가 한모금 아뿔싸 담배 꽁초가
이제는 장판이 난지 내가 장판인지도 몰라
해가 뜨기도 전에 지는 이런 상황은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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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구려 커피를 마신다~
미지근해 적잖히 속이 쓰려온다
눅눅한 비닐 장판에~ 발바닥이 쩍 달라 붙었다
떨어진다
이제는 아무렇지 않어~
바퀴벌레 한머리쯤 슥~ 지나가도
무거운 매일 아침엔 다만 그저 약간에
기침이 멈출 생각을 않는다
축축한 이불을 갠다  삐걱대는 문을열고
밖에 나가본다
아직 덜 갠 하늘이 너무 가까워 숨쉬기가
쉽질 않다
수만번 본것만 같다
어지러워 쓰러질 정도로 익숙하기만 하다
남은것도 없이 텅빈 나를 잠근다~
싸구려 커피를 마신다~
미지근해 적잖히 속이 쓰려온다.
눅눅한 비닐 장판에 발바닥이 쩍 하고
달라붙었다가 떨어진다